머무른 자리

- 김수진



흔적을 지우며 걸어간 작은 다리 밑에서
꽃 한 송이 피어나 머물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
여러 개의 얇고 노오란 잎새가
봄비라고 새벽에 어줍잖게 내린
이슬에 곱게 자라기만 한 꽃송이는 젖어 버렸다
고개를 숙이며 맞을 수밖엔 없었겠지
울며울며 떠 난 그 자리에서
꽃송이는 잎새만 남기고 갔을는지
碧苔끼인 돌멩이 위에
가지런히 신을 포개어 놓았다

흐르는 냇가 작은 물줄기 틈 속
고운 잎새
바람이 불어와 날아갔다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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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머물렀던 자리를 지우렵니다.
이제 내가 2년여동안 머물렀던 자리를 지우렵니다.
손으로 비벼서
발로 문질러서
내 가슴속에 그리움은 남겠지만
내 가슴속에 슬픔이 남겠지만
이제, 
나는 그것들을 지우렵니다.
다시 시작하기 위해서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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+ dfside.byus.net - nemam 찍음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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